14화 오쇼젠 타로 “13번 변형” vs “사이프러스”
읽음 5,216 |  2017-10-26


뱀 한 마리가 다가왔다. 왠지 무서워 보이지 않는 뱀이었다. 오히려 자태가 우아해 보이기까지 했다. 뱀은 바보에게 말을 걸었다.

“친구, 반가워. 이번 과정에서 너의 가이드가 되어줄 존재가 바로 나야.”

바보도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 잘 부탁해.”

뱀을 마주하고도 이렇게 친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바보는 신기하기만 했다. 

“자, 그럼 여기 3가지 물건이 있어. 검과 크리스탈 구슬과 쇠사슬이지. 이 물건들을 이용해서 도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물건들의 각각 용도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해.”

바보는 난감해졌다. 밑도 끝도 없이 3가지 물건을 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각각의 용도는 무엇인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말인가. 

“친구, 그렇게 난감한 표정을 지을 필요는 없어. 결정적인 힌트는 바로 나야.”

이렇게 말한 뱀은 천천히 허물을 벗기 시작했다. 반짝 반짝 빛나던 뱀의 피부는 입 근처에서부터 서서히 벗겨지고 있었다. 마치 뱀의 신체 일부가 아니라 입고 있던 겉옷을 벗고 있는 듯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허물을 벗는 모습은 마치 숭고한 의식을 치르는 듯 조심스럽고 고요하게 진행되었다. 마침내 허물을 완전히 벗고 난 뱀은 더욱 빛나는 몸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바보는 새로워진 몸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뱀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뱀의 몸은 보기와는 달리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다고 한다.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늘조직이 자라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뱀은 몸이 커지게 되면 허물을 벗고 나와야만 한다. 따라서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동면중인 뱀은 허물을 벗지 않는다. 결국 뱀이 허물을 벗게 되는 것은 성장의 과정이다. 기존의 낡은 허물은 과감히 벗어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탄생할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변형’ 카드 속에서 조그마하게 형상화 되어있는 뱀이지만 유독 눈길이 갔던 이유는 성장을 위한 허물 벗기에 대해 듣기 위해서였나 보다. 삶은 어느 한 순간도 똑같은 순간은 없다. 다만 그 순간을 사람들이 굳이 똑 같이 채우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안락함이나 고통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환영과 내가 바라보는 관점으로만 세상이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협된 사고와 나를 묶어 놓는 갖가지 제한과 한계들이 단단한 껍질이 되어 나를 에워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깨달음의 기회들을 제공한다. 자신을 둘러싼 단단한 껍질이 있음을 느끼게 되고 성장을 통해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계기가 마련된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계기가 웃으며 반길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내가 부여잡고 있는 무엇인가를 운명이 빼앗아 가버리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내가 믿고 있던 가치가 순식간에 흔들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 때 우리는 직관적으로 변형의 기회가 왔음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기꺼이 변형의 기회를 맞이해야한다.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거나 동면 중에는 허물을 벗을 일도 없는 뱀의 경우처럼 성장함 없이 살고 있었다면 변형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어김없이 변형의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향을 떠올려본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향은 바로 ‘사이프러스’이다.



사이프러스는 측백나무과로 25m에서 45m까지 자라는 사철 푸른 침엽수이다. 유달리 오래 사는 나무 중 하나로 어떤 사이프러스 나무의 나이는 2000년이 된 것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장수하는 나무임에도 사이프러스는 죽음과 참 인연이 깊다. 고대로부터 죽음의 신인 하데스에게 받쳐지는 허브이기도 했으며 관을 만드는 나무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그래서인지 묘지 근처에도 사이프러스를 심는 것이 하나의 풍습처럼 내려온다고 한다. 사이프러스의 풀 향처럼 신선하면서도 톡 쏘는 듯한 건조한 향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누군가에게 슬픔 속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도록 자극을 주고 멈출 줄 모르는 눈물과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은 말려주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삶의 가장 큰 변형이 ‘죽음’ 일 수 있으니 ‘죽음’과 사이프러스가 함께하는 것에 설득력이 있다. 사이프러스 향의 치료적 특징은 수렴작용과 혈액 순환 작용에 근거를 둔다. 울혈이 생기기 쉬운 정맥이나 림프의 흐름을 도와주므로 정맥류, 부종, 치질 등에 효과가 있다. 수분 과잉 상태의 피부에도 사이프러스의 수렴작용은 효과를 발휘하여 다한증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사이프러스는 신체적이든 심리적이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는 힘’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힘은 변형의 순간에 그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우주를 향해 쏘아 올린 우주선을 떠올려보자. 우주선이 대기권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렵사리 마련한 연료통을 버려야 한다. 결국 대기권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마지막 결정적인 부분만 남기고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성장을 통한 변형에 그대로 적용된다. 버리는 것이 아쉽고 두렵다면 새롭게 맞이하게 될 성장의 순간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바보는 지금껏 배워왔던 많은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일단 마음부터 차분히 가라앉혀야만 했다. 반듯하게 가부좌를 하고 앉은 바보는 조용히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의식의 바닥에 침묵의 강이 흐르고 있음이 느껴지고 편안함이 온 몸에 스며들고 있었다. 뱀이 남겨두고 간 허물을 가만히 잡아 든 바보의 손끝을 지나 빛나는 ‘검’이 다가왔다. 이윽고 ‘검’은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환상과 환영들을 과감하게 쳐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상황이 자신이라고 여긴다. 이는 환영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예를 들어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있을 때 사람들은 절망이 마치 자신의 본질인 듯이 착각한다. 그것은 절대 본질일 수 없다. 만약 절망이 본질이라면 절망하지 않는 순간의 자신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듯 감정과 상황은 자신일 수 없다. 바보는 검의 용도를 알게 되었다. 이윽고 크리스탈 구슬이 가까이 다가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구슬 안에는 태극 형태의 에너지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 역시 바보가 익혀온 이원성에 관한 원리를 상징했다. 세상은 이원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립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모든 것들이 결국 본질은 하나임을 이 구슬은 말해주고 있었다. 어렵지 않게 크리스탈 구슬의 용도를 알아낸 바보 앞에 쇠사슬이 다가왔다. 언젠가 비슷한 쇠사슬을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본질을 잊고 만들어낸 다양한 한계와 제약들이 단단한 쇠사슬로 변해버렸다는 것을 바보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결국 3가지 물건은 모두 뱀이 보여준 성장을 위한 허물 벗기에 사용되는 것이었다. 바보는 변형의 순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마침내 연꽃 한 송이가 바보에게 다가왔다. 이번 과정을 통과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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