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오쇼젠 타로 “6번 연인” 카드와 “로즈”
읽음 3,798 |  2017-08-29



왠지 모를 심장의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바보는 이 기분 좋은 심장의 움직임이 설렘이란 걸 잠시 후 알아차렸다. 여느 때보다 가벼워진 걸음으로 다음 배움의 장소로 향하는 바보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사랑은 (       ) 이다.’ 라는 명제를 완성한다면 어떤 내용이 될까? 실제 강의 시간에 이 질문을 돌려본 적도 있다. 오쇼젠 타로의 ‘연인’ 카드를 마주하면서 다시 이 명제를 꺼내어본다. 사랑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연인들 간의 알콩달콩한 설렘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명제의 빈칸에는 결코 아름다움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처와 고통, 후회, 미련, 의심, 불안 등의 부정적인 요소도 많이 보였다. ‘사랑은 고통의 시작’이라고 했고 ‘사랑은 하는 순간 외롭게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사랑’의 정의 속에 남녀 간의 연애 감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랑은 예수님’이라고 답한 자매님도 있었고 ‘사랑은 부모가 되면 알게 되는 것’이라고 쓴 것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이란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이런 다양한 사랑에 대한 정의들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사랑이라는 것을 감정의 하나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까? 라는 점이었다. 흔히 감정이라고 하면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죄책감, 불안 등등을 말한다. 사랑 역시 ‘나 요즘 사랑하는 감정이 생겼어.’라고도 표현하니까 감정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사랑은 너무나 많은 감정들의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 자체를 하나뿐인 감정으로 보기에는 어색한 감이 있다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우리가 지구에 태어날 때 ‘사랑’이라는 ‘에너지 덩어리’를 나의 아바타처럼 가지고 오는 것이다. 이 에너지 덩어리의 특징은 자력이 너무 강해서 그대로 놓아두면 세상 모든 감정덩어리들을 죄다 끌고 올 수도 있다. 우리는 미션처럼 이 ‘사랑 에너지 덩어리’를 잘 키워야 한다. 물론 태어난 순간부터 이 덩어리를 내가 키우기는 어렵다. 나의 분신과 같은 ‘사랑 덩어리’는 부모님이나 주변의 애정을 먹고 자란다. 이 때 형성되는 것이 ‘애착’이다. 정신분석학자 Bowlby(보울비)에 따르면 애착이야말로 삶의 중요한 원동력이며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배양토 역할을 한다고 한다. 건강한 애착은 나를 지지하고 아끼는 존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며 이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자라면서도 건강한 사회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태어나서 얼마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형성된 애착이나 기본적인 ‘사랑 에너지 덩어리’의 모습은 간혹 억울함을 만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의지로 ‘사랑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어 갈 수 있을 때부터라 할 수 있다. 출발점이 어찌되었건 무엇이나 끌어당기는 이 에너지 덩어리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불량식품 같은 감정들은 차단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영양가 많은 건강한 식품과 같은 감정들은 마음껏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돌보아주어야 한다. 간혹 이래저래 신경 쓰기 힘들어서 모든 감정을 차단해 버리기도 하는데 이 또한 미션실패로 갈 확률이 높다. 잘 키운 ‘사랑 에너지 덩어리’를 부르는 용어는 문화권마다 다양하다. 동양철학에서는 이것을 ‘인(仁)’이라고 하고 불가에서는 ‘자비’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 에너지 덩어리’를 ‘인’이나 ‘자비’처럼 잘 키우기 위해 도움이 되는 향은 무엇일까?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만큼 떠오르는 것은 바로 ‘로즈’이다. 


(다마스크 로즈 / 불가리아에서 직접 촬영


로즈는 수천가지의 변종이 있다. 그 중에서도 향기를 뽑아내는 대표적인 장미의 품종은 3가지 정도이다. 


1. Rosa Damascena :다마스크 로즈

2. Rosa Centifolia : 센티폴리아 로즈 (= 캐비지로즈. 메이로즈)

3. Rosa Gallica : 갈리카 로즈


(갈리카로즈의 다양한 종류, 이미지 출처 : hedgerowrose.com)


이들의 모습은 장미 축제에서 만나거나 프로포즈용으로 애용되는 장미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중 ‘갈리카 로즈’가 최초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로즈 에센셜 오일은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하기도 하고 용매 추출법으로 추출하기도 한다. 주로 다마스크 로즈를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하는 경우가 많고 센티폴리아 로즈는 용매 추출법으로 추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로즈 오또는 다마스크 로즈를 수증기 증류법으로 추출한 것, 로즈 앱솔루트는 센티폴리아 로즈를 용매 추출법으로 추출한 것으로 관용적인 구분을 한다. 사실 아주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로즈 오일은 비싸기로도 유명하다. 로즈 오또의 경우 4톤의 장미 꽃잎을 이용하여야 겨우 1kg의 로즈 오일을 얻게 된다고 하니 그 가격을 어떻게 상상하겠는가? 실제로 2ml에 20만 원에서 30만 원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몇 년 전 로즈가 너무나 궁금해서 불가리아 ‘카잔늑’ 시를 방문했던 적이 있다. 장미 축제가 열리는 시기였고 카잔늑 시에서는 장미 수확이 한창일 때였다. 불가리아 사람들은 자신의 땅을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고 마지막 날 키스를 한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지도마다 불가리아 위에 키스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창조주의 사랑의 징표를 받은 곳이니 로즈가 잘 자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소박한 장미 축제와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카잔늑에서 온종일 로즈에 취해 있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로즈 오일의 향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던 나였다. 로즈향은 묘한 거부감을 느끼게 했다. 꽃향이라고 하기엔 씁쓸함이 강했고 흙의 내음도 강하게 올라 왔더랬다. 늘 생각하던 복숭아향을 연상시키는 매력적인 장미꽃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로즈는 정말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이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날. 그야말로 하루 종일 로즈와 함께 했던 그날, 6월의 불가리아는 밤 9시가 넘어도 뉘엿뉘엿 햇살이 남아 있었다. 장밋빛을 닮은 노을을 마주하며 숙소로 돌아오던 나는 갑자기 심장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그렇게 흐를 수가 없었다. 주변의 모든 존재들이 ‘사랑’의 숨을 쉬고 있구나 라는 막연한 느낌까지 들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 눈물 속에 보인 것은 뜻밖에도 6살쯤 되었던 나의 모습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이 철거를 당했고 갈 곳이 없어진 우리 남매는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보내져야 했다. 남동생은 가지 않겠다며 떼를 쓰고 부모님은 안쓰러운 마음에 힘들어하셨던 그 날.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 상황에서 나는 어른 코스프레를 했다. 보채는 동생을 시골가면 얼마나 좋은지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달래고 마치 나는 가고 싶은 것처럼 굴었던 거다. 그리고 엄마와 했던 약속. ‘백 밤 자고 나면 엄마가 갈게’. 

당시 백일 밤이라는 것이 하염없이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숫자도 모르던 나였지만 그냥 영원할지도 모를 그 시간이 무섭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백 밤을 하루하루 잘도 버텼던 것 같다. 그 버팀 속에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도 한 몫 했을 터이다. 그 때 나는 내 안의 ‘사랑 에너지 덩어리’를 잠시 억압했을지도 모른다. 한참 잘 먹고 잘 자라야 할 시기에 나의 ‘사랑 에너지 덩어리’는 영양실조가 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인지 나의 이후 성장과정은 흔한 사춘기적 연애 감정도 없이 지나버렸다. 

불가리아에서 만난 로즈 오일의 힘은 나의 ‘사랑 에너지 덩어리’가 정체되었던 시기를 만나게 해주었다. 



누구나 살다 보면 마음속에 사랑에 대한 혹은 관계에 대한 상처 하나쯤은 키우게 된다. 그 상처가 크든 작든 ‘사랑 에너지 덩어리’의 예쁜 성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랑 에너지 덩어리’가 잘 자라지 못하면 각종 사랑의 부작용을 마구 불러오니 말이다.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집착과 의심, 소유욕, 조정하고 싶은 마음, 불안, 서운함 등이 일차적으로 오고 이러한 감정들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우울증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럴 때 로즈 오일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씻어 내주고 내면을 정확하게 보도록 돕는다. 육체적 차원에서 빈혈이 생기듯이 심리적, 정신적 차원에서도 빈혈 증상이 올 수 있다. 이 때 로즈 오일은 그 빈혈 증상에 ‘수혈’을 받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로즈는 그러했다. 로즈 오일은 언제나 옳다. 비싼 가격이 장애물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은 언제나 옳다.’ 


바보는 연인을 만났다. 누구보다 자신과 닮아 있었고 그 누군가는 바보와 하나가 되었다. 이 연인은 평생 삶의 또 다른 내가 될 것이다. 그 연인의 이름은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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