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오쇼젠 타로 “17번 침묵” 카드와 “일랑일랑”
읽음 5,339 |  2017-12-14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꽤나 큰 마을인 듯 했다. 분주히 오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엔 활기가 넘쳐흘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활의 분주함에 바보는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조심스럽게 길거리를 둘러보던 바보는 요기라도 할 요량으로 식당을 찾았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을 보자 시장기가 더욱 느껴졌다. 바보는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주인에게 다가갔다. 주문을 하려던 바보는 제자리에 멈추어 서고 말았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리를 내려고 해도 바보의 목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당황한 바보는 도망치듯이 음식점을 빠져나왔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바보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윽박을 질렀다. 

“벙어리 주제에 남의 돈을 훔쳐 가다니, 어서 내 돈 내놓지 못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바보는 속수무책으로 빼앗김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식당에서 바보의 모습을 지켜보았던 사람들 중에 한명이었음에 틀림없다. 바보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바보는 억울함에 가슴이 답답해왔다. 사람들의 무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얼마나 하염없이 걸었을까? 어느새 인적은 줄어들고 눈앞에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다. 바보는 호수 앞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고요한 곳이었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고요한 호수의 배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언어를 잃어버린 바보의 마음은 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어디서 읽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미국에서 했던 실험 중에 소음과 관련된 것이 있었다. 특수 방음 장치를 설치하여 가청범위내의 모든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방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방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정동을 느끼는지 살펴본 실험이었다. 절대적 고요 속에 노출된 사람들은 대부분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소리 없음이 고요함의 필수조건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완전한 소리의 제거는 고요함을 깨뜨린다. 침묵도 마찬가지이다. 언어의 부재가 진정한 침묵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언어의 없음 속에도 더 큰 울부짖음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소란스러운 대화 속에서 고요하게 흐르는 정(情)을 느낄 수도 있다. 진정한 침묵이란 내면의 평화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것이리라. 


내면의 평화는 마음 속 물결이 잔잔할 때 가능하다. 무엇 하나라도 마음 속 잔물결을 일으키게 되면 곧바로 낌새를 알아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잔물결이 언제 태풍의 파동으로 자라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억울함, 배신감, 질투, 미움, 집착 등 각종 감정들이 마음 속 전쟁을 주도하는 녀석들이다. 특히 억울함이나 배신감은 피해의식까지 더해져 태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더라도 이내 태풍의 건재함을 확인하곤 한다. 이 때 태풍을 잠들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용서’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배신하고 나를 힘들게 한 존재에 대해 용서한 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용서하지 않는 이상 괴로운 것은 자신뿐이다. 용서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작업 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용서는 베푸는 것이 아니다. 용서는 신기하게도 마음의 태풍이나 전쟁을 종결시킨다. 그리고 이때 내면의 평화가 찾아온다. 평화로움 속에 느끼는 고요함. 그것이 진정한 침묵의 힘이다. 내면의 평화를 찾아올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향기를 떠올려 본다. 매력적인 ‘일랑일랑’의 향이 나를 스쳐간다. 


 


일랑일랑 에센셜 오일은 Cananga odorata 나무의 꽃에서 추출한다. 포포나무과에 속하는 일랑일랑은 키가 35m에 이르는 꽤나 큰 나무이다. 일 년 내내 꽃이 피지만 오일을 추출하기 위한 꽃의 수확은 이른 건조기에 이루어진다. 일랑일랑 꽃은 모양이 특이하다. 흔히 알고 있는 꽃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꽃이 아닌 듯 모양새는 잎을 더욱 닮았다. 일반적으로 꽃이라고 하면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마련인데 일랑일랑은 외모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향은 어느 화려한 꽃보다 매혹적이다. 부드러운 발삼향 계열의 꽃향을 간직한 일랑일랑은 베이스톤에 우디(woody)한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랑일랑은 오래전부터 향수 산업에 중요한 오일 중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랑일랑의 효과로 최음 작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 일랑일랑의 진가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이완시키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간질 초기 증상에도 효력이 있을 만큼 강력한 일랑일랑의 이완 효과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감정 상태를 평화로 향하도록 돕는다. 일랑일랑의 무심한 듯 달콤한 향이 폭발할 것 같은 긴장 상태를 전환시켜 주기 때문이다. 평화를 찾은 마음은 새로운 침묵 속으로 향한다.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명상이 될 수 있다. 일랑일랑이 마련해주는 고요함은 단순한 진정작용을 넘어 심리적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일랑일랑의 향은 여성적 힘을 느끼게 한다. 남성적인 힘이 물리적인 강함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에서 기인한다면 여성적인 힘은 무장해제를 통해 발휘된다. 여기서 여성적이거나 남성적이라 함은 꼭 성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음양의 원리와 오히려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일랑일랑의 향기를 통해 여성적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내 마음 속 해결되지 않은 전쟁이 있다면 일랑일랑 향의 도움을 받아보자. 


 


당혹감과 억울함에 막막했던 바보는 어느새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웅크린 체 얼굴을 파묻고 있던 바보는 주변의 이상하리만큼 조용한 기운에 고개를 들어보았다. 그제서야 바보는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별들을 마주하였다. 별빛을 머금은 호수는 조용히 말을 걸어오는 듯 했다. 태양이 지고 나서야 얻어지는 어둠의 공간이어야만 반짝이는 별들을 발견할 수 있음을 바보는 깨달았다. 태양은 침묵보다 웅변이 강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웅변보다 깊은 소중한 침묵에 대해 별들은 안내해주고 있는 것이다.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수놓인 별들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반짝이는 별 빛 속에서 침묵의 존재가 보내는 평화로운 미소를 바보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보는 고요함 속으로 자신을 맡겼다. 마음 속 평화가 스며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소리 없는 하모니 속으로 녹아들었다. 바보는 소리를 잃은 적이 없는 사람처럼 이 모든 평화의 기쁨을 담아 나지막하게 노래하기 시작했다.  


> 블로그 가기 


© 포춘에이드(www.fortunad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300
    loading
    기법설명
    닫기
    1) 고정운 : 구성 항목의 대다수가 이용 시기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숙명을 점치는 고정운 메뉴입니다.

    2) 변동운 : 구성 항목의 대다수가 이용 시기에 따라 변하는 운명을 점치는 변동운 메뉴입니다. 운의 흐름에 따라 변동 주기는 최소 1주일 ~ 최대 1년 이상이 될 수 있습니 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