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오쇼젠 타로 “14번 통합” vs “제라늄”
읽음 4,912 |  2017-11-09



바보는 알 수 없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마치 사막을 연상시키듯 바닥은 온통 모래로 뒤덮여 있었다. 이윽고 바보는 방안이 열기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의 온도는 사막의 한 낮만큼 데워지고 있었고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서 바보는 속수무책으로 땀만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더운 방이야.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마셨으면 좋겠어.”

바보는 방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출입문 하나를 발견했다. 더위에 지친 바보는 겨우 겨우 출입문을 향해 몸을 옮겼다. 출입문을 열고 다음 방으로 건너간 바보는 겨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시원한 방이었다. 지금까지의 더위를 한 번에 날려줄 만큼 시원했다. 더구나 탁자위에 놓여있는 물병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존재였다. 시원하게 목을 축인 바보는 또 다른 방으로 향하는 길이 있음을 발견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바보가 옮겨간 방은 첫 번째 방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곳이었다. 바닥은 차갑게 얼어 있었고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오고 있었다. 잔뜩 움츠린 체 바보는 속으로 되뇌었다.

‘어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이러다가 얼어버릴 것 같아’

다급해진 바보의 눈에 또 다른 출입문이 보였다. 망설임 없이 출입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건너갔다. 이제는 살 것만 같았다. 따뜻한 공기가 온 몸을 감싸주는 느낌에 긴장을 풀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무언가 익숙했다. 탁자 위에 놓여있는 물병을 보고서야 바보는 더위를 피하게 해주었던 시원한 방이 바로 이 곳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오쇼젠 타로의 ‘통합’ 카드를 유심히 바라본다. 뱀의 꼬리와 머리, 흑과 백, 독수리와 백조, 남성성과 여성성, 이 모든 것들이 극과 극이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더 유심히 그림을 들여다보면 뱀의 꼬리와 머리 사이의 몸통이 있음을 알게 되고 흑과 백 사이에 회색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극과 극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스펙트럼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다. 무수한 스펙트럼은 우리들에게 상대성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다. 똑같은 회색도 가장 흰 색과 있을 때는 왠지 검어 보일 것이고 아주 검은 색과 있을 때는 좀 더 희게 보일 것이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다양함 속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이러한 상대성에 필수적으로 지배 받게 된다. 상대적 박탈감, 상대적 열등감 등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 되곤 하니까 말이다. 이 카드에서 의미하는 ‘통합’이란 상대성으로 인한 착각과 착시를 뛰어넘는 기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통합되어 있는 사람은 이미 다양한 스펙트럼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같아서 어느 순간에도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자기합리화나 타협과는 다르다.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함을 알기에 순간순간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힘이다. 지금의 불행함이 다른 사람의 불행함에 비해 수월하다고 느껴서 스스로 위안을 삼는 것은 통합의 힘이 아니다. 이 역시 상대성으로 인한 착각 중 하나이다. 현재 불행함의 원인을 찾는데 상대성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불행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욕심이 많았거나 이루고자 했던 일에 대해 상대적으로 준비가 덜 되었을 수도 있다. 물론 아주 간단하게 도식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상대성의 이치로 나를 합리화시키기보다 나를 성장시키는데 활용하는 것. 이것이 통합의 기술이다. 또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이해하기에 누구를 대할 때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어지는 것도 이 기술의 부가적 장점이기도 하다. 통합과 균형의 기술을 도와주는 향은 무엇이 있을까? 오늘 소개할 향기는 ‘제라늄’이다.



제라늄은 쥐손이풀과에 해당하는 허브이다. 아로마테라피에 활용되는 제라늄은 로즈 제라늄이라고도 알려진 Pelargonium graveolens 종이다. 제라늄은 아주 다양한 종이 있다. 외양도 너무나 달라서 같은 제라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그 만큼 제라늄은 자라나는 토양과 주변 환경에 자기 모습을 잘 맞추는 허브일지도 모르겠다. 제라늄 향을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제라늄이라는 이름이 주는 뉘앙스도 그렇고 제라늄을 떠올릴 때면 당연히 꽃부터 생각이 났던 터라 향기를 처음 만나기전 꽃향이라는 믿음이 있었더랬다. 부드럽고 화사한 꽃향을 기대하며 제라늄 향을 양껏 마주했던 나는 적잖이 놀랐다. 꽃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자극적이었으며 결코 아름다운 향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제서야 제라늄 향은 꽃이 아니라 잎이나 줄기에서 추출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 제라늄 향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반대의 경험을 했다. 나의 머리 속에 제라늄향은 잎에서 추출된 것이라는 정보가 있던 터 였다. 그렇게 마주한 제라늄향은 묘하게 꽃의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잎에서 추출한 향이라고 하기에는 풍성한 꽃향이 스쳤던 것이다. 제라늄은 이런 향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자극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부드러움으로 다가갈 수 있는 향. 그래서인지 부신피질 자극제로로도 유명하다. 부신 피지 호르몬은 근본적으로 조절 및 균형 작용을 하는 곳이다. 제라늄향이 부신피질 자극제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이러한 균형감과 통합의 능력이 식물의 에너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제라늄향은 성분적으로 로즈와 닮은 점이 많다. 하는 역할은 라벤더처럼 진정과 이완 안정감을 주는데 사용된다. 그러고 보면 제라늄은 참 다양한 향들의 특성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늘 균형을 잡기에 늘 변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는 변덕이 아니라 최선을 찾을 수 있는 힘이다. 내 삶이 너무 한 곳으로 치우쳐 있다고 느껴질 때 상대적 박탈감이 들 때, 일중독에 빠져서 삶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삶의 어느 순간에서든 통합의 기술이 필요할 때, 제라늄향은 도움이 될 것이다. 


바보는 조용히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았다. 너무나 더웠던 순간에는 중간온도의 그 방이 시원함을 안겨주었다. 너무나 추웠던 순간에는 똑 같은 방이었지만 따뜻함을 선물해 주었다. 바보는 세상에 모든 것의 기준이 자신에게 있음을 배웠다. 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영원히 더운 것도 영원히 추운 것도 없는 것이다. 상대적인 힘을 활용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다양하고 복잡한 삶에서 유연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임을 바보는 깨달았다. 바보의 머리 위에는 하나로 통합된 오색의 빛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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