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오쇼젠 타로 “12번 새로운 시각” vs “유칼립투스”
읽음 4,791 |  2017-10-19




바보에게 한 장의 메모가 주어졌다.


 “뜨거우면서 차갑고

  어두우면서 밝으며

  있기도 하고 없는 것.

  찬란한 자유의 날개여.”


바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어리둥절 메모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바보는 갑자기 땅속으로 끌려가 버리고 말았다. 겨우 정신을 차린 바보는 자신이 깜깜한 땅속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예측만 들뿐 여기가 어딘지 무엇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두려움이 밀려오고 초조함만 더해갔다. 


20대였던 걸로 기억한다. 나는 자주 귓병이 나곤 했다. 물을 무서워 한 탓에 수영장에 가거나 해수욕을 하지도 않는데 한 번씩 귀안에 염증이 생기곤 했다. 그날도 귀의 염증 탓에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였다. 진료를 하시던 의사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셨다. 

“귓구멍의 모양이 다른 사람들보다 너무 직선이라서 물이 잘 들어갈 수 있어요. 샤워하거나 머리감을 때 늘 조심해야 해요.”

순간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며 나는 이렇게 답변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 그러면 들어갔던 물도 금방 잘 나오겠네요.”

의사 선생님은 약간 당황하셨지만 이내 웃으시며 그렇다고 맞장구를 쳐주셨다. 그 이후부터 이상하게 귓병이 나지 않았다. 요상하게 자주 염증이 생기던 내 귀는 물이 잘 들어가기도 하지만 물이 잘 빠져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말썽을 부리지 않았다. 아마도 물이 들어가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조심하느라 받는 스트레스와 어쩌다 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길까 염려했던 그 마음이 염증반응을 더욱 촉진시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염증반응도 줄어들었나보다. 물이 잘 들어가서 문제가 되지만 똑같은 이치로 물이 잘 빠져나오는 해결책 역시 함께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원성’이라는 묘한 원리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빛’은 ‘어둠’없이 존재할 수 없고, ‘예쁘다’는 개념은 ‘못생겼다’라는 개념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미인들은 못생긴 사람들에게 감사해야만 한다. 미인의 존재 가치는 미인이 아닌 존재에 의해 빛나는 것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원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고통 속에 있을 때 고통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자각을 하고 그 순간을 즐긴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어렵지만 ‘생각의 물구나무 서기’ 이것이 새로운 시각을 가지기 위한 기본 동작이 아닐까 한다. 어떠한 사고에 갇혀서 세상이 힘들게 다가올 때 그 생각을 거꾸로 물구나무서기를 해보는 거다. 어둠과 같았던 무엇인가에서 가느다란 밝음의 빛을 발견 수 있을 것이고 부정적으로만 보이던 무엇인가에서 긍정의 기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쇼젠 타로의 ‘새로운 시각’ 카드 속 인물은 이러한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를 통해 새로운 존재로 날아오르는 자다. 과거의 어둠 속에 갇힌 자신의 모습은 끊임없이 늪처럼 존재를 아래로 아래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늪에 빠지는 되신 과거 어둠을 단단한 뿌리 삼아 땅위로 솟아났다. 이 존재는 더 이상 뜨거움과 차가움, 낮과 밤, 고통과 행복 등 이원성에 한계 되어 지지 않는다. 이 모든 이원성들을 엮어 자유의 날개를 얻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각은 이처럼 새로운 자유를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를 도와주고 나를 계속 아래로 잡아당기는 늪 같은 에너지를 제거해줄 향기는 무엇이 있을까? 어김없이 코끝을 스쳐 속삭이는 향이 있다. 바로 ‘유칼립투스’ 이다.



유칼립투스는 호주 자생종으로 코알라가 먹는 잎사귀로 유명하다. 키가 10미터까지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는 별칭이 ‘iron bark(강철 수피)’일 정도로 단단하고 무거우며 내구성이 있어 훌륭한 목재로도 손색이 없다. 향은 잎사귀를 수증기 증류해서 얻는다. 유칼립투스 향은 1,8-시네올 성분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코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움이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유칼립투스를 감염증상이나 열이 날 때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후에 프랑스 자연학자인 ‘드 라빌라디에르(De Labillardiere)’에 의해 발견되어 ‘열병 나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감염증상 등으로 인한 열병에 효과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항염증, 항카타르, 항류머티즘, 항바이러스 등 다양한 유칼립투스오일의 활성이 알려져 있지만 가장 관심이 갔던 특징은 유칼립투스 나무뿌리의 탁월한 제습능력이다. 


유칼립투스의 이러한 능력은 알제리의 늪지나 말라리아 발생 지역의 해결사 노릇을 한다.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 모기류에 속하는 암컷모기에 의해 전파되는데 모기들은 일반적으로 물위에 알을 낳는다. 아프리카의 늪지는 모기의 서식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유칼립투스 나무가 등장한다. 3년만 지나도 4미터 이상으로 자라는 유칼립투스 나무는 늪지의 수분을 뿌리를 통해 빨아들인다. 이윽고 늪지는 줄어들게 되고 모기들의 서식지도 타격을 입는다. 결국 말라리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유칼립투스의 강력한 제습능력은 쓸데없이 고여서 순환이 되지 못하는 늪과 같은 에너지를 제거하는데 도움이 됨을 알려준다. 늘 느끼지만 현실적으로 진행되는 물리적 현상은 심리적으로 진행되는 형이상학적 현상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같다. 유칼립투스의 강력한 제습능력은 우리들의 심리적인 늪도 제거해주는 힘이 있는 것이다. 현실의 막막함에 갇혀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잃었을 때 유칼립투스는 날카롭게 방어막을 뚫고 들어와 고여 있는 낡은 에너지들을 빨아올린다. 맑아진 상태는 생각의 물구나무서기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던 바보에게 불현 듯 메모의 내용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반대되는 것들이 사실은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있음을 바보는 깨달았다. 현재 두렵다는 것은 두렵지 않은 상태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두려움과 두렵지 않음은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자각의 힘은 실로 놀라웠다. 땅 속에 웅크리고 있던 바보는 마침내 땅 위로 우뚝 섰다. 그리고 통합의 힘을 간직한 자유의 날개를 펼쳤다. 바보는 이렇게 새로운 시각을 얻는 방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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