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오쇼젠 타로 "9번 홀로 있음" vs "메이창"
읽음 3,619 |  2017-09-21



한참을 걸었나 보다. 저 멀리 앞서가는 노인의 모습을 발견하고 바보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여정 동안 인기척을 느끼고 누군가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바보는 너무나 반가웠다. 혼자가 아닌 느낌이 얼마만인지.... 바보는 반가운 마음에 앞서가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색이 바랜 붉은 망토를 입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은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 어르신, 어디로 가시는지요? 여기는 어떻게 오셨는지요?”

바보는 노인이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은 묘한 불안감에 휩싸여 다급하게 말을 걸었다.

노인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순간 바보는 노인의 얼굴에서 자신의 나이든 모습을 발견했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말문이 막혀버렸다.

“ 젊은이, 너무 놀라지 말게나. 누구나 나를 만나면 자신의 모습을 본다네.”

노인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바보를 진정시켰다.

“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


1980년대 후반 즈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시(詩) 한편이 있다. ‘서 정윤’ 시인의 ‘홀로서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당시는 시 낭송이 오글거리는 이벤트가 아니었으며 구구절절 손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이었다. 청순한 어린 소녀가 삽화로 그려져 있던 홀로서기 시는 많은 사람들의 감성을 훔쳤고 그렇게 ‘홀로서기’는 수없이 낭독되고 수없이 필사되어 연인에게 혹은 친구에게 돌려졌다. 나 역시 그 중의 한 명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홀로서기 시에는 이런 부제가 달려있었다. 


-둘이 만나 서는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사랑을 이야기 하고 우정을 이야기 할 때 ‘하나 됨’을 외쳤었다. 함께 함이 큰 미덕이었고 생각도 동작도 말투도 닮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움이었으며 그러한 닮아 감을 칭송하는 것이 대중문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더욱 ‘서 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는 큰 파장을 일으켰는지도 모르겠다. 

오쇼젠 타로의 ‘홀로 있음’ 카드를 바라보며 30여 년 전 감성을 떠올려 본다.


‘혼자 있음’과 ‘홀로 있음’은 다르다. ‘혼자 있음’본인이 인지하는 범위 내에 누군가가 없음을 나타낸다. ‘홀로 있음’온전히 내가 있음을 나타낸다. ‘혼자 있음’이 늘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혼자 있음’이 편안함과 편리함을 주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요즘처럼 ‘혼자 문화’에 관대한 때는 더욱 그러하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고,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이 모든 일들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어색했다. 하지만 요즘은 흔한 풍경이다. 결국 ‘혼자 있음’ 그 자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홀로 있음’이 되지 않는 누군가가 ‘혼자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온전히 내 안의 불을 내가 밝힐 수 있음을 말한다. 간혹 이런 상상을 해본다. 사람들은 누구나 태어날 때 영혼 속 깊이 태양을 닮은 빛 구슬을 하나씩 가지고 왔다고 말이다. 그 빛은 너무나 아름답고 영롱해서 누구나 천사와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갈수록 사람들은 그 구슬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먼지만 쌓이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어느 순간 빛 구슬의 존재를 기억하기만 하여도 먼지를 걷어내고 본래의 빛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원래 빛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을 가리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빛 구슬을 가리게 되는 습관 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 보는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비추어 주는 스포트라이트가 전부인 줄 알고 그 불빛만을 쫓아가다 보면 내 안의 빛 구슬의 빛은 점점 감추어지게 된다. ‘홀로 있음’을 도와주는 향을 떠올려 본다. 코끝을 스치는 달콤하고 새콤한 향이 있다. 바로 메이창(May Chang ; Litsea cubeba)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메이창은 녹나무과(Lauraceae family)에 속하며 나무의 작은 열매에서 향을 추출한다. 녹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대체적으로 향이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비목나무나 생강나무도 녹나무과에 속하며 시나몬, 라우렐, 로즈우드, 라벤사라 등의 에센셜 오일도 녹나무과에서 추출된다. 메이창은 세상에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1950년대에 이르러서야 대중화되기 시작하였다. 물론 중국이나 인도에서는 활용한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는 만성적인 천식이나 등의 통증에도 사용하였다. 


메이창 향을 처음 접했을 때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무언가 무게감이 느껴지는 레몬 같은 향에 상당히 끌렸던 기억이 난다. 누구나 메이창 향을 만나면 레몬향을 떠올린다. 그럴 만한 것이 메이창의 향을 이루고 있는 성분 중 75%가 시트랄(citral) 성분이다. 레몬향을 레몬향이라고 느끼게 하는 key 성분이 시트랄이다 보니 메이창에서 레몬을 떠올리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런데 메이창에는 독특함이 있다. 레몬 같으면서도 가볍지 않다. 향의 지속성도 훨씬 강하다. 더구나 메이창에는 시트랄A형인 제라니알과 시트랄 B형인 네랄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제라니알과 네랄은 로즈나 제라늄, 네롤리 등의 꽃 향을 이루는 성분이다. 그래서인지 메이창에서는 레몬의 상큼함과 플로럴 계열의 우아함이 함께 느껴진다. 메이창은 특히 심장질환이나 고혈압에 좋은 오일로도 알려져 있다. 심리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고 우울증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존재감이 없어지고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고 무기력함이 나를 덮쳐올 때 메이창 향을 만나보자. 심장을 따스하게 감싸면서 퍼져오는 메이창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메이창 향은 내 영혼 속 빛 구슬을 향해 나아간다. 알 수 없는 장막에 가려져 그 빛을 숨기고 있었던 빛 구슬을 메이창 향은 드러나도록 돕는다. 내 안에 이미 환한 불빛이 있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외부에서 던져주는 어떠한 조명보다도 밝고 선명한 그 빛은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홀로 있음의 가치를 안내한다. 완전한 홀로 있음은 함께 있음의 순간을 더욱 아름답고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비법이기도 하다.


바보는 자신의 모습을 닮은 노인과 영혼 속 빛 구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살아내야 할 삶 속에서 홀로 있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함을 배운다. 내가 나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맞추거나 그들의 인정을 받기 위함이 아님을 배운다. 


다시 일어나 길을 떠나는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바보는 그 모습이 유난히 힘차고 아름답다고 느끼며 다음 여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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