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오쇼젠 타로 "8번 용기” vs “타임”
읽음 4,020 |  2017-09-14



유독 험한 길이 계속되고 있었다. 거친 돌산을 넘어가던 바보는 지친 몸을 조금이나마 쉬게 하고 싶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앉아서 쉴 곳을 찾던 바보는 멀리서 보이는 황금빛 불빛을 발견했다. 직감적으로 바보는 그 곳이 이번 배움의 장소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잠시 쉬려던 발걸음을 다시 돌려 불빛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했다. 

불빛은 넓고 크게 퍼져 있었다. 하지만 불빛의 근원이 어디인지 좀처럼 분간하기 어려웠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바보는 돌 틈 사이에서 피어난 여리디 여린 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바로 그 곳이었다. 그토록 넓고 큰 빛이 흘러나오는 근원이......


도저히 생명이라곤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완고한 바위 투성이 땅에 꽃 한 송이가 희망을 품고 피었다. 용기의 또 다른 모습은 희망이 아닐까 한다. 좌절과 어려움이 가득한 곳에서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희망’이 함께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타로 속 꽃을 바라보며 ‘용기가 대단하군요’라는 표현보다는 ‘당신이 희망입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어렵고 험한 과정을 통과한 꽃의 위대한 용기에 감탄하기보다 저토록 힘든 상황에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으로 살아온다. 


눈을 감고 꽃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본다.  

여행 채비를 마친 꽃씨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실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떤 바람을 선택하느냐는 꽃씨들에게 있어 참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꽃씨의 운명이 바로 그 순간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바람을 이용하는 방법도 무슨 비법처럼 내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을 하고 공부를 하고 능력을 키워도 어떤 바람을 선택하느냐가 대부분의 운명을 갈라놓는다고 했다. 꽃씨는 설레는 마음으로 바람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마침내 바람이 데려다 준 곳에 정착을 하였다. 하필 그 곳이 바위 투성이 땅이었음을 알아차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꽃씨는 슬펐다. 이야기로만 듣던 가장 나쁜 운명이 자신이라고 여겼다. 이대로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은 더해만 갔다. 순간 꽃씨는 이 모든 것에 애쓰지 않기를 다짐했다. 언젠가는 바위에도 물이 스며들고 바람이 드나들고 그 사이 사이 흙들이 자리해 줄 것임에 틀림없었다. 꽃씨는 조용히 자신을 지키기에 힘썼다. 꽃을 피우겠다는 의지보다 꽃씨로서 존재함에 감사했다. 저항도 바램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수용함으로 꽃씨는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촉촉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꽃씨는 기지개를 켰다. 드디어 때가 온 모양이었다. 자연스럽게 꽃씨는 뿌리를 내려 보았다. 온 몸에 새로운 생명력이 느껴졌다. 부드럽게 부드럽게 땅이 알려주는 데로 뿌리를 내리던 꽃씨는 바위틈을 뚫고 세상에 나왔다. 여전히 주변은 메말라 있었고 이 땅에서 굳이 꽃을 피워야 할 의미를 찾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꽃씨는 자기의 역할을 끝까지 해보고자 결심했다. 또 다시 어려움은 닥쳐왔다. 한 낮의 강한 햇살에 맞서야 했고 한 밤의 차가운 냉기도 견뎌야 했다. 이윽고 꽃으로 피어난 꽃씨는 빛으로 태어났다. 그 빛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척박한 상황에서 꽃을 피워낸 꽃씨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찌 그리도 우리네 삶과 닮았는지 모르겠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요즘 들어 많이들 이야기한다.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많은 이들은 어쩌면 바위틈에 떨어진 씨앗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꽃을 피울 수 있는 확률은 분명히 낮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런 순간 우린 용기와 희망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향을 소개하자면 ‘타임 (Thyme : Thymus Vulgaris)’을 꼽고  싶다.



‘타임’은 흔히 ‘백리향’이라고도 부른다. 10cm에서 40cm 정도의 사철 아관목으로 털이 나 있고 끝이 뾰족한 회녹색의 잎과 자잘한 흰색이나 분홍색의 꽃을 피운다. 타임은 3500년 전 고대 수메르인들이 훈증 목적으로 태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타임’의 어원은 ‘훈증하다’는 의미의 ‘thymon’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고도 하고 용기를 뜻하는 그리스어인 ‘thumus’에서 유래한다고도 한다. 고대 기록에 의하면 로마시대 병사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에 타임 우린 물로 목욕을 했다고도 하고 중세시대 십자군 원정을 떠나는 기사들의 목도리를 타임의 잔가지로 만들었다고도 하니 타임은 확실히 용기를 주는 허브임에는 틀림없다. 타임의 주된 활성성분 중 하나가 ‘티몰(thymol)’이다. 이는 내복용과 외부용으로 사용되는 강력한 방부 성분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병원에서 클로브, 레몬, 카모마일 에센셜오일과 함께 타임 역시 살균제와 방부제로 사용되어 지기도 했다. 결국 타임은 심리적으로 용기를 주고 신체적으로는 살균작용을 도우며 면역체계를 강하게 해주는 허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고대 전투에 참가하던 군인들은 심리적 용기를 북돋우는 목적으로만 타임을 사용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임의 강력한 살균작용이 전투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세균들을 막아 주었을 테니까 말이다. 


타임의 향은 아름답지만은 않다. 찌르는 듯이 날카로운 타임향은 소독약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사면이 막혀 버린 듯한 막막함이 있을 때 날카로운 타임향은 도움을 준다. 오랜 시간 견뎌야 할 일이 있을 때도 타임향은 나를 강화시킨다. 헛되게 힘쓰지 않게 하고, 보이는 결과에만 치우쳐서 좌절하지 않도록 돕는다. 실제 타임은 월동을 하는 허브이다. 겨울을 넘기는 타임의 모습을 본다면 내년 봄에 꽃을 피우리란 기대를 감히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타임은 꿋꿋이 이듬해 작지만 힘찬 꽃을 피워낸다.



우리는 어려움을 견딜 때 어려움의 끝에 커다란 보상이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진정한 희망은 달콤함을 약속하는 것이 아니다. 타임의 꽃씨가 그 어려운 과정을 뚫고 꽃을 피웠다고 해서 대단하게 화려하거나 희귀한 꽃도 아니고 아름드리나무도 아니다. 여리고 작은 꽃무리로 피어서 백리까지 향으로 덮는다. 희망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가치이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의 목적지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불을 밝혀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우주의 약속은 목적지는 등급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온 삶의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하다. 


삶이 나를 속이는 것 같고 힘들게 하는 것 같을 때, 희망이라는 녀석조차 내 곁에 없는 것 같을 때 ‘타임’ 향의 힘을 빌어보자.  


바보는 꽃씨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다음 길을 나섰다. 꽃을 피움은 달콤한 성과가 아니다. 상을 받을 것도 아니고 대단한 것도 아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하기에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꽃을 피우지 못하도록 애쓰며 살고 있는 게 세상사인지도 모를 일이다. 꽃을 피우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자체가 희망이다.


> 블로그 가기 


© 포춘에이드(www.fortunad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300
    loading
    기법설명
    닫기
    1) 고정운 : 구성 항목의 대다수가 이용 시기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숙명을 점치는 고정운 메뉴입니다.

    2) 변동운 : 구성 항목의 대다수가 이용 시기에 따라 변하는 운명을 점치는 변동운 메뉴입니다. 운의 흐름에 따라 변동 주기는 최소 1주일 ~ 최대 1년 이상이 될 수 있습니 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