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오쇼젠 타로 7번 깨어 있음 vs 클라리세이지
읽음 4,303 |  2017-09-06


푸른 안개가 잔뜩 끼어 있었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였다. 더 이상 나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바보는 그대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상하게도 불안함보다는 깊은 고요함이 온 몸을 감싼다. 바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으로 자신을 맡겨버렸다.   


고통의 장막이 푸른 화염으로 타오르고 있다. 상처는 깊었다. 심장부터 퍼렇게 멍들어서 결국 깊게 패이고 말았다. 패인 상처 사이로 드러날 고통의 실체를 확인한다는 것은 어지간한 다짐으로 마주하기 힘들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나 오쇼젠 타로에서 보여주는 상처 속 모습은 어린 붓다의 모습이다. 너무나 맑고 투명한 붓다의 모습은 혼란과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른 인간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깨어 있음’은 무엇일까? 영적 성장을 위한 모임이나, 명상을 하러 가거나 요가 수행을 하러 가거나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깨어 있어라’이다. 막연했다. 깨어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깨어 있게 될 때 무엇이 덕이 되는지도 궁금했다. 꽤나 오랜 시간 이 주제에 대해 통찰을 해온 것 같다. 아직도 그 통찰은 진행형이다. 통찰의 과정 중에 만난 오쇼젠 타로는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깨어 있음이란 올바른 인식이 가능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깨어 있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는 감정의 정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한 올바른 인식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나를 힘들게 하는 혼란과 갈등, 고통을 나와 동일시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다양한 어려움을 만난다. 그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마치 내가 그 고통 자체인 듯 느끼게 된다. 이러한 환영은 내가 깨어 있을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주범이다. 셋째는 내 안의 신성한 존재를 신뢰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구별에 수행하러 온 아름다운 혼이다. 지구 게임 속에서 그 본연의 모습을 망각하고 살게 된다. 고통의 순간에도 내 안의 신성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 믿음이 약해질 때 더 쉽게 고통과 동일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오쇼젠의 ‘깨어 있음’ 타로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한 장의 그림 속에 담고 있다. 괴로워서 죽을 것 같은 고통은 장막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불과하다. 이 장막의 실체를 아는 순간 장막은 녹아 내리고 그 안에 실존하는 아름다운 붓다를 마주할 수 있다. 


얼마 전 필자도 고통의 장막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나에게 갑질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해도 해도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은 없는 것 같고 무슨 삶의 시나리오가 내리막만 있는 것인지 야속했다. 바닥을 쳐야 한다고 하는데 그 놈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인지 내 삶에는 성능 좋은 굴삭기가 장착되어 있어서 바닥이다 싶으면 또 다른 바닥을 파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나에게 도움을 준 것은 어김없이 향이었다. 특히 ‘클라리세이지’는 둘도 없는 친구처럼 함께해주었다.

 

(클라리 세이지, 이미지 출처 : hermitageoils.com) 


클라리세이지는 꿀풀과에 해당하는 허브로 하트 모양의 잎은 벨벳 같은 털이 보송보송 덮여있다. 꽃의 모양은 묘하게도 여성의 난소를 연상시킨다. 그래서인지 클라리세이지는 여성에게 도움을 주는 향 중의 하나로 유명하다. 여성 삶의 3주기를 나누는 큰 분수령이 있는데 생리를 시작하는 시기, 출산의 시기, 폐경의 시기가 이에 해당한다. 클라리세이지는 이 주요한 시기에 도움이 되는 오일이다. 


클라리세이지의 씨앗에서 나오는 점액물을 습포로 사용하면 종양이나 붓기를 가라앉히기도 하고 기록에 의하면 눈을 맑게 하는데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영문명인 Clary의 어원은 라틴어 sclarea에서 유래하였는데 이는 ‘맑고 투명하다’를 의미하는 clarus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결국 클라리세이지는 무언가를 맑게 정화해주는 힘이 있는 것이다. 행복을 유도하는 오일로도 유명한 이유 역시 이러한 정화 작용에서 오는 것이리라. 


내가 경험한 클라리세이지는 눈물의 힘과 큰 관련이 있다. 어른이 될수록, 특히 남자 어른일수록 눈물을 어색하게 여기게 된다. 흘리지 못하고 숨겨둔 눈물방울들은 심장에 유리조각이 되어 박히게 된다. 미세한 그 조각들은 서서히 나를 아프게 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책임이 더욱 많아진다는 것이고 책임은 나로 하여금 강해지도록 다그치게 된다. 눈물은 약함의 상징이라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래서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나의 약해짐을 가속화 시킬 수 있으므로 되도록 감추어야 한다. 그렇게 그렇게 눈물방울들은 모여서 심장을 압박한다. 


그럴 때 클라리세이지 향을 마주해 보자. 마치 머리 꼭대기부터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눈물샘이 열릴 수가 있다. 장막이 녹아 내리는 아름다운 고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푸른 화염의 힘을 클라리세이지가 불러온다. 주체할 수 없이 서러운 눈물이 흐리지만 이는 붉은 불꽃이 아니다. 분노나 억울함보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눈물이다. 왜 그토록 나를 힘들게 했던지 나 스스로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시간이다. 내 마음 속 깊이 패인 고통의 상처를 마주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클라리세이지는 나의 마음 속 깊이에서 울리는 소리를 전해준다. 고통 그 자체가 당신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컷 가슴 아파하고 콧물까지 흘리며 울어 재끼고 나면 고요함이 찾아온다. 그 순간 우리는 깨어 있음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다. 물론 한번으로 이 과정이 끝나지는 않는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이 과정을 경험할 수 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클라리세이지와 함께라면 고요함을 반드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나와 나의 주변의 경험들은 그러했다.

 


클라리세이지가 만들어주는 눈물의 힘은 심장 속 깊이 박힌 유리조각 같은 방울들을 밖으로 끌어내어 다이아몬드로 빛나게 해준다. 다이아몬드는 내 삶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 혼란과 갈등의 상황일 때

♥ 나의 우유부단함으로 나를 힘들게 할 때

♥ 흘리지 못한 눈물들로 심장이 아플 때

♥ 삶의 순간이 안개로 가득한 느낌일 때

♥ 행복해지고 싶을 때


이럴 때 클라리세이지를 만나보자. 

 

바보는 조용히 감았던 눈을 떴다. 알 수 없는 맑은 눈물이 흐리고 있었다. 앞으로 닥치게 될 삶이라는 과정 속에서 이번 가르침을 단단히 새겨야 할 터였다. 고통은 그 자체가 내가 아님을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함을 바보는 다시 되뇌며 다음 공부의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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